부모와 미우새 사이의 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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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오는 즐거움

부모와 미우새 사이의 경계선

by .0ops. 2020. 11. 30.

부모와 미우새 사이의 경계선 


아직은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는 멜번의 날씨. 하루하루 더웠다 추웠다가를 반복하더니 기어이 집에 여름감기 광풍이 휘몰아친 아침. 
다들 훌쩍훌쩍, 아들 놈은 지렁이 같은 콧물을 주룩주룩 달고 뭐가 좋은지 아침부터 사방팔방 뛰어다니느라 신이 났네요.

노는 아이를 보면서, 무심코 유투브를 틀었다가 한국의 '미운오리새끼' 자칭 '미우새' 짤 영상이 나와 보게 되었습니다. 연예인 김민종씨가 나오더군요.

5분도 안되는 영상이 아침부터 마음을 짠하게 만들더군요. 과거 처음 호주에서 살겠다는 다짐을 하고, 부모님께 전화드렸던 날이 생생기 기억이 났습니다. 

한부모의 아들로서 살다가 그 아들이 이젠 부모가 될 준비를 하겠다고...

부모님이 마련해주신 둥지를 떠나겠다고...

먼 이력만리 길 헤쳐나가 보겠다고...

결과적으로 지금은 모든 일들이 계획대로 풀려 나름 삶의 터전을 만들어 자리는 잡았지만, 늘 가슴 한 구석 아련하고 죄송스런 마음은 달리 어찌할 수가 없네요.

시간은 흐를 것이고, 

부모님은 연로하실터이고, 

언젠가는 추억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관계 속에서 

나 또한 그런 굴레바퀴를 돌아가야 하는 운명이기에 

이기적이고, 독한 마음을 먹고 지금 이자리에 서 있지만, 

내 자신 또한 나이듬에 있어서 그리고, 부모와 자식 사이의 경계선에 서 있는 저로서는 이제는 더 연로하신 부모님들께 오히려 죄송스럽고, 그리움만 쌓이네요.


훗날 언젠간 헤어져야할 날들이 오겠지만, 감당할 수 있을 자신감은 오히려 점점 떨어집니다. 가고 싶어도 쉽게 가지도 못 할 이민자로 호주에 산다는 것이 결코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네요.

월요일 아침부터 김민종씨의 영상을 보고 많은 생각들이 해 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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