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민 오셨어요?
#1 그 첫 번째 이야기 immigrated in Australia
오전 10시 38분, 비가 내린 다음 날인지 아직은 조금 습했고, 하늘은 구름 속에서 가끔 햇살을 살포시 보여주고 이내 숨곤 한 봄 날씨. 평일이지만 아이와 함께 바닷가에서 모래 놀이를 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왜 지금 여기에 있고, 이 시간에 어떻게 여기에 있지?’ 그런 생각을 하며, 지난 과거 호주에 처음 와서 지금까지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더군요.
처음 멋모르고, 주변 선배들 말대로 이력서에 외국 다녀온 티는 내야지 하면서 시작된 어학연수부터 홀로 지내며 외국 생활을 해보니 답답한 한국 생활에 도피하고자 무작정 날라온 워킹홀리데이까지 참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은 한 아이의 부모로 번듯한 가정을 꾸리고, 적어도 큰 부족함 없이 살고 있는 제 자신을 보니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 한 편으로 부모가 되니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동생이 생각에 잠시 맘이 착잡 하더군요.
가끔 한국인 직원들이나 후배들 지인들을 만나거나, 혹은 이민을 준비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것이 “왜 호주로 이민 오셨어요?”였습니다.
그때마다, 저의 첫 번째 답변은 ‘추후 제 아이가 누릴 수 있는 삶의 질과 그 아이의 미래에 조금이 보탬이 될 것 같아 호주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답변했던 것 같네요.
맞습니다. 제가 호주에 이민 온 이유의 첫 번째는 아이 때문 이였습니다. 이 계획은 이미 제가 20대에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의 삶을 경험하고 있었을 때, 호주에 정착하기로 결심하게 된 가장 첫 번째이자, 가장 오래된 계획이었습니다.
제가 본 호주는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의 나라 자체입니다. 그리고, 생각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도 아니고, 여유로움 속에서 한 편으로는 치열한 경쟁을 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나라였습니다. 어떻게 보면은 ‘요즘 같은 시대에 여유롭게 사는 게 말이 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름 치열함 속에서도 적어도 제가 본 호주 아이들은 좀 더 창의적이었고, 도전적이었고, 자유로워 보였습니다. 제가 겪은 시대와 비교했을 때, 물론 지금의 한국 사회도 많은 바뀌었다고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제가 본 학벌 위주의 치열한 입시 전쟁 속에서 공부를 시키고 싶지 않았고, 조금은 더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다름을 인정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1+1=2 라는 사고 방식보다 1+1=11 이 왜 안되냐고 당당하게 물어볼 수 있는 아이, 그리고, 그 질문에 그렇게 답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여유로움.
더군다나 제가 살고 있는 Melbourne은 호주에서도 교육의 도시로 알려져 있고, 시드니와는 틀리게 큰 도시이면서도 옛 건물들의 보존과 가치를 중요시 하고, 조금은 덜 바쁜 도시라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최근들어, 호주도 여러 다민족의 이민자들로 교육열이 많이 높아진 시점입니다. 초중고 사립학교들은 학비도 비싸고, 나름 그들만의 리그도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개인 과외를 하는 가정들도 늘었다고들 하네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적어도 제 아이 만큼은 좀 더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성장하고, 한국인의 뿌리를 잊지 않으며 동서양의 배움을 더 느끼게 하고 싶어서 저는 호주 정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 To be continue -
'일상에서 오는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년 1월 1일 한 해의 시작 (23) | 2021.01.01 |
---|---|
2020년은 한 마디로 '다행이다' (16) | 2020.12.31 |
멜버른 동물원을 다녀오다 (36) | 2020.12.29 |
호주 멜번의 크리스마스 일상 (28) | 2020.12.25 |
3D 프린터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17) | 2020.12.13 |
일상의 기록들은 글감이자 곧 당신의 주제입니다 (27) | 2020.12.10 |
부모와 미우새 사이의 경계선 (22) | 2020.11.30 |
구글 애드센스 승인 (69) | 2020.11.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