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e into space (ft. 아들의 응급실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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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오는 즐거움

Stare into space (ft. 아들의 응급실 행)

by .0ops. 2021. 1. 27.

Stare into space (ft. 아들의 응급실 행)

 

Stare into space (ft. 아들의 응급실 행)

 

꼼지락... 꼼지락... 옆에서 자던 아들놈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핸드폰을 찾아 시간을 보니 아직 6시 40분. 오늘은 일주일에 두 번가는 어린이집 가는 날. 지난주부터 가기 시작해 2주 차 적응 주인데, 오늘 가는 날인 줄 아는지 일찍 꼼지락 거리며, "아빠"하고 부른다.

 

눈 뜨자마자 아빠를 찾는 아들놈. 이제 두 살이라 아직 기저귀를 밤 새 차고 자니, 아침만 되면 "아빠, 차 차~!" 하며 나름 자기가 알고 있는 언어로 기저귀를 갈아달라 표현하는 놈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거실로 나오니 오늘따라 유난히 칭얼거리는 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평상시와 같이 아침을 먹이고, 엄마 출근 시간에 맞춰 옷을 입혀 어린이집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어 준다. 아직은 적응기간이라 1시간 반 정도 있다가 하원을 시키는 지라 부랴부랴 집 정리하고, 아들 픽업을 갑니다.

 

엄마 손을 잡고 어린이집을 나오는 아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힘이 없어 보입디다. 어린이집에서 두 번이나 울었다고 엄마가 그럽니다. 아직은 적응 기간이니 이 또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늘 수요일의 일과인 아들과 시장에 가서 데이트를 즐겨 봅니다. 늘 좋아하고 즐겨 마시던 베이비 치노를 사달라 하여 사줬지만, 오늘은 남기기에 조금은 이상하다 싶어 얼렁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점심시간이지만, 점심을 안 먹고 잠을 자겠다는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랬나 싶어 얼렁 재워 봅니다.

 

40분 후, 방에서 아빠를 찾는 울음소리와 함께 아들이 깼습니다. '이런 벌써 깼네, 점심 먹여야겠네.' 하고 생각하며 방으로 들어가니, 아이가 얼굴이 빨개져서 울고 있었습니다. 안아달라 하여 안았는데, 몸이 불덩이였습니다. 체온계를 꺼네 체온을 재보니 38.5도... 갑자기 왜 열이 나지 하며, 꼭 안아 주었습니다. 

 

꼭 안고 소파에 앉아 있는데, 아들 녀석이 갑자기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름을 불러봐도 반응이 없고, 무슨 슬로비디오 속의 주인공인 마냥 움직임도 천천히 하고, 대답도 없고 한 곳만 멍하니 바라보더군요. 순간 머릿속에 뭔가가 스치듯 이상하다는 걸 직감하고, 바로 들쳐 없고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병원을 가는 동안 할머니는 어떡하냐고 하시며 연신 손주 놈의 손발을 주무르시고, 연신 정신 차리라는 듯이 질문을 쏟아 내십니다. 아빠라는 놈은 연신 백미러로 아들놈의 상태를 확인하며, 액셀레이터를 밟았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코로나 바이러스로 한 부모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니, 영어 못 하시는 할머니는 병원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시고, 아들놈은 정신은 돌아왔지만, 아빠 품에 안겨 의사를 기다리고, 아빠는 연신 속으로 '아무 일 아니겠지... 아니겠지' 하며 주문만 외웁니다.

 

호주의 병원 그리고, 응급실 시스템은 한국과 달라 정말 큰일이 아니면 천천히 진료 감독합니다. 정작 아픈 이들의 마음은 크게 대변해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의사 선생님께 상황 설명과 하루의 일과를 브리핑하고, 몇 가지 간단한 테스트를 합니다.

 

"He stared into space for a while roughly 5 minutes and did not do any respond"

(5분 정도 아이가 아무런 반응도 없이 넋을 놓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정신이 들어온 아들은 약간의 반응과 함께 조용히 아빠 품에 안겨 있습디다. 원래는 병원에 가면 소리를 지르며 그리 싫어하던 놈이 몸에 힘이 없는지 아무 소리 없이 조용히 청진기만 밀치더군요. 

 

의사가 그럽니다. '만일 아이가 열이나 넋을 놓고 있을 때, 잠을 자려고 하거나, 축 늘어지면 정말 큰 문제라고....' 다행히 그러지는 않은 것 같아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입니다. 

 

의사들도 멀쩡하던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고, 넋을 놓고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는 않아 꼼꼼히 체크하려는 듯 보였습니다. 병원 응급실을 나오는데 까지 3명의 의사를 보고 나왔습니다. 그래도 괜찮아 보인다고 가보라고 하니 한 편으로는 마음이 놓였습니다.

 

 

집에 돌아온 아들은 정상 컨디션을 찾은 듯, 허기가 졌는지 과일과 빵을 찾아 먹고, 이내 다시 낮잠을 잡니다. 하지만, 일어나더니 다시금 손을 떨고, 약간 멍한 모습을 보이기에 다시금 심장이 철렁거립니다. 이내 아빠, 엄마, 할머니의 마음을 아는지 다시금 정상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집안 식구들은 계속 걱정입니다. 아무래도 내일 다시 병원 가봐야 마음이 좀 더 놓일 것 같습니다. 

 

하루가 마무리되는 이 시점에 좀 전에 아이는 엄마 품에 누워 잠들었습니다. 아빠는 뒤숭숭한 마음에 걱정만 하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뭘 해야 할지 몰라 노트북을 켭니다. 그리고, 조용히 오늘 하루를 되짚어 봅니다. 그리고, 오늘 밤 제발 무사히 보내기를 하얀 여백에 주저리주러리 낙서하며 기도합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이 아프다는 것은 정말 견딜 수 없는 고통 같습니다.

정말 자식 대신 아파줄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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